[어린것들의 정치질①] 연애하면 뺏지 달아야 하는 학교!

김지원 · 151일전

교칙과 학생 사이,
민주주의가 필요해요
[어린 것들의 정치질] 1편

연애하면 가슴에 연애 뺏지

이성 교제 벌점 안 받으려면, 연애 뺏지를 달아야 해요.
서울 XX고등학교에는 ‘연애뺏지’라는 규정이 있다. 벌점을 받지 않기 위해서 학생들은 이성 교제를 신고한 후에 연애 뺏지를 받는다. 실제 연애 뺏지를 받았던 재학생 이지원(가명)씨는 "보훈처에서 만든 '나라 사랑 큰 나무 뺏지'를 임의로 연애뺏지라고 이름 붙여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재학생 김진욱(가명)씨는 제도 자체에 대한 불편함을 표했다. “착용 여부를 학교에서 일일이 검사하진 않지만, 왜 선생님에게 연애 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image

이런 현장은 특정 학교 이야기만이 아니다. 고등학교 재학생 8명에게 학교 교칙에 관해 묻자 여기저기서 비합리한 제도에 대해 토로했다. “남녀 사이에 거리를 두고 다녀야 하는 '윤리 거리'가 있다“ “추운 날에도 기모 스타킹을 신어선 안 된다” “학교에서 정한 속옷만 입어야 한다” 등의 규제는 2017년 고등학교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이다.

학생의 자기결정권 없는 학교

이런 교칙들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도 어긋난다. 조례 제4절 13조 6항에 따르면 '학생은 자기가 원하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를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 조례가 제정 5주년을 맞으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교칙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학교에서는 학생 지도라는 이름 하에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교칙이 존재한다.

고등학생 정서영(가명)씨는 "학생은 정치적 견해를 밝혀서는 안 된다"는 교칙에 문제 제기했다가, 선생님으로부터 '학교는 정치적 중립 공간이라 절대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서영 씨는 "학생회장으로서 서울시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회의에 참여했다가, 바뀌었으면 하는 교칙을 제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자보나 촛불집회 자유발언을 하면 안 되는 등의 교칙을 수정해달라고 써서 냈지만 일방적으로 담임 선생님이 수정한 문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image

교칙에 관해 이런 일방적인 의사결정 모습은 이미 학생들에게 익숙하다. 연애 뺏지를 받았던 지원 씨는"연애 뺏지가 왜 생겼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늘 의사결정의 주체는 선생님이다. 청소년 단체에서 활동 중인 한지영(가명)씨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학교에서부터 민주주의가 실천되어야 한다"며 "학생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독립적인 주체로 인식하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