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들'이 민주주의다

[어린 것들의 정치질]을 시작하며

김지원 · 151일전

"가만히 있어라."

청소년은 여전히 일상의 정치에서 구경꾼이기를 강요받는다. 시위에 피켓을 들고나오면 "학생답지 못하다" 고 비난 받았다. 18세 투표권 법안은 여전히 망령처럼 국회를 떠돈다. 구경꾼은 곧 사회적 약자기도 하다. 박근혜 정권 동안 청소년은 약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로 죽은 사람들 대부분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본인들이 배우는 교과서 논란에서조차 목소리 내지 못한다. 정유라 사건으로 기회의 평등에 대한 믿음도 사라졌다. 국가에 대한 불신은 이렇게 쌓여간다.

다행인 건 불신에서 끝나진 않았다는 점이다.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섰다. 교복을 입고 광화문 광장에서 모금함을 들고 있던 A 씨는 "촛불 집회를 계기로 친구들과 정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소년은 말할 권리를 찾아 나가고 있다.

“청소년이 왜 정치와 가까워져야 하는데?”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영상을 만든다고 하자 주위에서 던진 물음이었다. 대답은 청소년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해 말할 청소년을 찾습니다.' <씨모어>팀이 올린 글을 보고 전화를 걸어온 고등학생 B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얘기 계속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도저히 학교에서는 본인 의견을 '말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었다. (B 씨는 [어린 것들의 정치질] 1편에서 연애 뺏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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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것들의 정치질] 기획은 B 씨처럼 본인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청소년들이 있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고등학생 9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1편.학칙과 학생 사이, 민주주의가 필요해요]에서는 연애뺏지라는 비합리적인 교칙을 통해, 청소년의 의사결정이 배제된 학교의 모습을 담아냈다. [2편.학교는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정치가 없다]에서는 서구 유럽과 달리 제도권에서 정치를 접할 길이 없는 청소년들이 페이스북으로 정치를 배운다는 내용이다. [3편.교복 입고 시위 나가자 ”어린 것이…”]에서는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하려 할 때마다 마주치는 사회적 편견을 담아냈다. 공부할 나이, 정치할 나이란 따로 없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청소년이 목소리 낼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정치이자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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