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에 갇힌 사회 -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의 뉴스피드를 비교해봤다.

O oright · 129일전

당신의 페이스북이 위험하다.

"필터버블"이라는 덫에 걸린 세상

글= 박솔
영상 = 박상현
2017.03.17

필터버블에 갇힌 세상

요즘 디지털 세상은 나를 무서울 정도로 잘 안다. 검색엔진이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건 놀랍지도 않다. 클릭 몇 번이면 내 취향에 딱 맞는 영화∙음악을 추천해주고, 온라인 쇼핑몰은 검색을 하기도 전에 내가 찾는 상품을 화면에 띄워준다.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이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공간에는 이용자의 모든 행동이 기록으로 남는다.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은 이 기록을 바탕으로 이용자 취향에 맞춘 정보만 골라 제공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이 ‘양날의 칼’이란 점이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만 편식하다 보면 자칫 영양 불균형에 빠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 마음에 드는 정보만 받아보다간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도 있다. 엘라이 파리저(온라인 미디어 ‘업워시’ 창립자)는 사람들이 마치 거품 속에 갇힌 듯, 알고리즘이 골라준 정보에만 둘러싸이게 되는 현상을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라 칭했다.

당신의 뉴스피드가 위험하다

황용석 건국대(디지털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특히 소셜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필터버블이 심화됐다”고 말한다. 전통매체의 경우 공급자가 정보를 선택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때문에 하나의 의견이 전체 여론을 지배하기 쉽다. 반면 소셜미디어에서는 소비자 개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직접 골라 소비한다. 내 입맛에 맞는 정보만 얻기 쉬운 구조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 소셜미디어에서 필터버블은 어느 정도 심각할까? 구글 크롬 확장(extension) 프로그램을 이용한 뉴스피드 분석기를 만들어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행태를 분석해 봤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는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18.3%)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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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결과 나타난 버블을 간소화시켜 표현했다)
2월 23일부터 3월 5일까지 뉴스피드 분석기를 이용한 757명의 페이스북 뉴스피드 정보를 분석한 결과, 크게 세 개의 버블이 관찰됐다. 페이스북에서 실제로 확인된 버블은 완전히 다른 내용의 뉴스만 받아본다기보다, 특정 매체의 소식만을 받아보는 형태에 가깝다. 각각의 버블에서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한 매체는 JTBC뉴스 (버블1), 스브스뉴스 (버블2), 조선일보 (버블3)였다.

이 중 버블 1과 버블 3에서 나타나는 뉴스 성향은 차이를 보였다. 버블 1에서는 JTBC뉴스와 함께 흔히 진보적 온라인매체로 분류되는 오마이뉴스가, 버블 3에서는 조선일보와 함께 보수 경제지로 분류되는 매일경제가 등장했다. 이와 달리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YTN은 버블 1과 버블3 양쪽에 모두 나타났다. 각 버블의 중심매체인 JTBC, 조선일보와의 연결강도도 비슷했다.

버블 2의 중심매체인 스브스뉴스는 버블 1의 중심매체인 JTBC뉴스, 버블 3의 중심매체인 조선일보와 모두 비슷한 강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스브스뉴스와 연결된 9개 매체 중 7개 매체가 버블 1의 중심매체인 JTBC뉴스와 연결되어 있었고, 특히 소셜스토리 - JTBC사회부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버블 2의 뉴스 성향은 버블 1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대선, 그리고 필터버블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리서치센터장은 ”알고리즘이 중립적이라는 믿음은 틀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구글의 검색 결과가 선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제공되는 뉴스의 순서에 따라 특정 후보에 대해 유권자가 접하는 정보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국내에서는 조기 대선 때 필터버블의 영향력이 정점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탄핵 사태를 둘러싼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대립, 사드 배치 논란, 과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등을 필터버블의 영향을 받은 사건으로 꼽는다. 촛불∙태극기 집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월, 두 집회 참가자들을 만나 그들의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확인해봤다.

[두 집회 참가자들의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확실히 달랐다. 또, 촛불 집회 참가자와 태극기 집회 참가자는 서로의 뉴스피드에 올라온 뉴스를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필터버블에서 빠져나갈 길은?

엘라이 파리저는 필터버블을 없애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필터버블은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결과다. 만약 자동화된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을 없앤다면 플랫폼이 직접 정보를 골라 제공해야 한다. 이 경우 소비자가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더 떨어지고, 정보의 질도 낮아져 전체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질 거란 설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대로 필터버블에 갇혀 살 수밖에 없는 걸까?

김영주 센터장은 “(네이버, 다음 등)플랫폼의 영향력은 경우에 따라 언론보다 강하다”며 “플랫폼도 (언론만큼) 강한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20대의 75.8%는 인터넷 포털을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용석 교수도 “소셜미디어의 개별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기업은) 알고리즘이 시장과 사회에 가져올 영향(필터버블)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가시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당신이 꼭 봐야 할 반대 진영의 뉴스' 라는 기획을, 구글∙페이스북 등은 프랑스에서 팩트체크 서비스인'크로스체크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 필터버블을 만들어낸 ‘주범’으로 꼽히는 미디어와 플랫폼이 먼저 필터버블을 깨겠다고 나선 셈이다.

정재민 KAIST(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 배경에 대해 “뉴스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중에게 뉴스를 팔아야 하는 미디어와 플랫폼으로서는 “소비자의 불신을 피하기 위해 필터버블을 해결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필터버블을 깨기 위해선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와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 황용석 교수는 “소비자는 스스로 뉴스소비의 분별력을 기르고, 정부는 소비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시장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분석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 더 많은 정보는 oright.newslabfellows.com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