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행성이 뿜어내는 매력같은 것

이주영 · 94일전

쥐픽쳐스 대표, 자칭 최고 존엄, 뉴스 읽어주는 남자…라고 불리우는 낭랑 22세.
항간에 아직 그가 한번도 클럽을 가본 적이 없다는 소문이 있다던데.
“클럽에는 뭘 입고 가죠? 이거 입고 가면 되나요?”
라고 묻는 그의 오늘의 의상은 버건디색 목폴라와 회색 정장 마이. 아니야, 그거 안돼.

범근씨! 오랜만이에요. 범근씨 찌질이 맞나요?

어, 네. (시선 회피)

(웃음)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덜 찌질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제 상태를 찌질한 상태라고 규정하고, 덜 찌질하기 위한 노력만 하는거죠. 구체적으로 뭐가 찌질한 것이냐, 라고 하면 참… 모든 성숙하지 못한 면들을 통틀어서 찌질함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덜 성숙한 모습,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거나, 스스로 자기 성찰이 안되는게 찌질한 것 같아요. 자기 이해가 부족한거.

과연 정치인 다운 화법이군요…. 이런 고민을 시작한건 언제부터였어요?

중학교 3학년이요. 오, 굉장히 이른데요. 소위 말하는 중2때까지는 진짜 찌질함의 전형이었어요. 수업시간에 까불고, 집중도 안하고 엄청 떠들고, 남을 배려하거나 제 행동을 돌아보는 걸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자아성찰을 할 줄 알게 되면서부터, 더 나은 인간이 되자, 라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본인의 모습에 안주할 것이냐, 지나치게 깎아내리면서 비관에 빠져있을 것이냐.

인간 관계에서 오는 찌질함도 있을까요?

사실…. 현대사가 전쟁이라는 후유증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듯이, 제 인생은 연애사를 빼고 논할 수 없습니다. 제 사고의 발달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연애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범근 말투)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게, 거의 습성처럼 굳어버렸어요. 초6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연애가…. 아니 연애에 성공한 적은 한번도 없었고 일방적인 관계였습니다. 초6때부터 중3때까지 (잠깐의 공백을 두고) 좋아한 친구가 있었는데 다른 남자친구가 생겼더라고요. 그 다음도 또 그랬고요. 고2도, 고3때도…. 계속.

또 일 년정도 혼자 좋아하다가 그 친구는 다른 남자친구가 생겨버리고. 패턴이 비슷비슷합니다.
그래서 항상 제 상태는 결핍되어있는 상태로 규정이 되어있었어요. 나는 왜 못났지? 내가 아직 충분히 잘나지 못해서, 내가 아직 멋지지 못해서,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나를 대상에 비교해서 비관하게 되고. 사실, 자존감이라던지 인정욕구라는 게 끼어들 수 있는 여지조차 없었습니다. 그 상황 자체로도 제 자신을 긍정하기 힘들고, 그런 것들이 (연애에서 경험한 좌절이) 극복되어야 하는 상태로 남아있었어요.

원인이 무얼까요?

글쎄요, 충분히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간적인 매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외적이든, 내적이든,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아직 부족했어요. 이게 사실은 악순환인게, 일방적인 관계에 익숙해지다보면 나를 긍정하는 힘이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저라는) 질량은 탄탄해질 수가 없는거죠. 질량이 탄탄해야 중력 (끌어당기는 힘)도 생기는데 말이에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 생각해서 과거와의 단절을 결심했어요.

뭘 더 잘하고 싶어요?

표현하는 것이요. 표현하는 연습을 요즘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표정이든, 춤이든, 뭐든, 밝게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매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내가 누구인지를 잘 표현하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게 뭔지를 알아야되잖아요.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그걸 표현하는 사람은, 자기 세계를 오랫동안 고민했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게 그냥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거거든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것이죠. 가만히 있어도 뿜어지는 게 있잖아요, 큰 행성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것 처럼.

저는 아직 거기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이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할 수는 없는거니까요. 저에게 없던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아직은 제 자신에 만족스럽지 못해요. 더 노력해야죠.

이런 이야기, 평소에 주변에 많이 하세요?

글쎄요, 제가 이런 얘기 하는걸 진지하게 잘 경청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래서 그냥 혼자 해요. 머릿속에서 사고실험만 계속하는거죠.

경청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니, 왜 일까요.

음. 이런 얘기하면 별로 재미없어하기 때문에요.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