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나비가 되지 않아도

이주영 · 146일전

어어. 음악하는 사람이에요?

그런가. 네. (웃음) 오늘 촬영 때 쓰려고 기타도 일부러 들고 왔는데.

간단한 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여기 어떻게 오게 되셨어요?

가까우니까? (웃음). 친구 얘기를 들어봤는데 재미있는 콘텐츠같아서 오게 됐어요. 제가 지금 혜화역 근처에서 음악을 하고 있거든요.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배우고 있는데, 작년 11월에 오디션을 봤고, 8월 중순에 출국해서 버클리에서 음악 공부를 할 예정이에요.

뭐야, 찌질이가 아니네요. 너무 멋있는데?

아, 아녜요. 요새 사실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련..? 이라고 해야되나, 그런걸 거쳐야되잖아요. 비유를 굳이 하자면 나비가 되기 위한 번데기의 상태가 찌질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찌질이였고, 지금도 지질하고, 아마 앞으로 계속 찌질이일겁니다. 대학입시할 때는 고등학생 때 중학생 때는 학생이라 지질했고, 군대에서는 군인이라 전역하기 전까지 계속 지질했고, 지금은 대학들어가기 전이라 지질해요.

계속 번데기인거네요.

네. 준비단계라고 생각해요. 엔지니어링을 전공할거지만, 그러려면 악기 하나 정도는 탁월하게 프로페셔널 급으로 잘해야된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악기 연습을 주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좁은 연습실에서 혼자 연습을 하다 보면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돼요. 유투브로 잘하는 사람들 영상을 보는데, 예를 들어 뭐 LA 에서는 michael landau 이 분, 뉴욕에서는 kurt rosenwinkel, 이런 거장들의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아, 나는 왜 이따구로밖에 못치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죠.

(ㅈ…자괴감이 들 수 밖에 없자나… 이렇게 잘치는ㄷ…)

저분들, 잘 모르지만 정말 잘 치시는 분들이잖아요. 야망이 엄청나신 것 같아요.

제 성향이 하나에 빠지면 미친듯이 빠지는 편이에요. 단적인 예로 카메라 하나를 사면 기종을 뭘 사고, 렌즈는 뭘 쓰고부터….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이 점점 강해져요.

제가 아까 언급한 저 둘은 아주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landau 는 세션기타리스트고, rosenwinkel 이 분은 재즈기타리스트에요. 저는 세션 기타부터 재즈 기타, 엔지니어링까지 다 하고 싶거든요. 욕심으로는 그 두 개를 다 섭렵하고싶지만, 두 개를 다 가질 수 있을까. 이걸 하면서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생각이 들죠. 야망은 엄청나게 큰데, 나이가 들면서 진짜 필드에서 뛰면, 절대 셋 다는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욕심만 많네.

애초에 달성할 수 없는거라고 알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참 막연한 거죠. 불나방이네요, 안될 걸 알면서도 달려드는. 번데기가 지가 터질 걸 아는거지. 그냥 터져서 죽는거야. (웃음)

음악이 본인의 길이다, 확신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정하는 과정에서는 힘든게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저는 ‘버클리에 들어가겠다’라는 결심이 확고했어요. 힘들었던 건…. 그걸 실행하는 과정이 힘들었죠.

음악하는 사람들은, 특히나 연주자들은 다 공감할거에요. 연습을 할 때 세상 자괴감을 다 가지고 연습을 해야하죠. 저도 그 중 하나였고요. 예를 들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몇 초안에 끝내라, 몇 초안에 연주를 해라, 라고 하면 10초 안에 해야하는데 10.5초, 10.2초, 이렇게밖에 안 되는거야. 자꾸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안 되면 이게 되는건지 안되는건지 구분도 안 가고, 할 수 있는건지 아닌건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상황, 그게 제일 힘들죠.

프로페셔널리즘 말씀하셨잖아요. 100%라고 하면, 본인은 몇퍼센트쯤일까요?

내가 몇살이지? 스물 다섯이요.

그럼, 25%.

많은 아티스트들이 스물일곱살에 죽어요. 죽음을 앞두고는 미친듯이 속성으로 실력이 도약을 하죠.

스물일곱이면 규상씨는 2년 남았네요. (ㅋ.ㅋ)

아, 아니 그렇다고 스물일곱에 죽지는 않을거야….

음 그럼. 지금 행복하세요?

아니요,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나비가 되기 전까지는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근데 나비는 영영 될 수가 없죠. 지금도 행복하지 않지만, 영원히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으음 잠시만요.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은 제 신앙과는 어긋날 것 같아서 지워도 괜찮을까요. (인터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후후)

최종적으로는 행복해져야한다고 생각해요. 행복하다는 건 신앙이 건강해야한다, 라는의미이기도 할 것이고, 살아가면서 반드시 풀어가야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끝은 없어, 끝은 없어.

행복하지 않은거에 대해서 크게 연연하지 않으시는거네요.

네. 나 되게 싸이코처럼 나오겠다. 저는 일단 모든 걸 의심하고보는 것 같아요. 날씨도 안 믿어요. 또 뭐가 있을까, 롱패딩의 효율이라던가.

여기서 사실 또 제가 지질함을 정의하고 싶은게. 저는 유행에 이끌려서 너도나도 따라가는게 지질함이라고 생각을 해요. 요새 흔히 20대들이 고민하는게 취업이잖아요. 그런 테크를 굳이 모두가 따라가야하나? 취업이 다가 아닐텐데, 이런 생각. 자기가 원하는걸 쫓아가다보면 취업은 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취업은 최종 목표가 아닌 중간 과정에 따라오는 부가적인 거니까. 취업, 취업에 얽매여서 그게 최종 목표인 것 마냥 계속 번데기 상태로 있는게 지질한 것 같아요.

하고 싶은거 하면 되지, 그러면서 막상 나는 돈도 못 버는 찌질이야. (하하.)

돈 못벌어도 괜찮아요?

제가 사실 요즘 돈에 눈이 멀어있습니다. (핳하)

막상 지금 생각해보면, 돈이 너무 궁해요. 생각은 ‘돈에서 자유로워지자’ 그렇게 하면서도, 현실은 아닌거죠. 언행 불일치. 하지만 이건 모두가 가지고 있는 패시브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안 그런가…? 생각해보면 또 아니거든요. 음악이야말로 발품을 파는 만큼, 연습하는만큼 인컴이 정직하게 들어오는 직군이라고 생각해요. 고민을 몇 번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으, 맞아요. 마지막으로. 규상씨에게 청춘이란?

그냥 지나가는 시간 중 하나다. 딱히 뭐 청춘이라고 뭐,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하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