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심층 인터뷰 ] 천천히 말아 피우는 롤링타바코와 담배가게 사장님

황선정 · 86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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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입구역 근처에 있는 골목. 줄지어 늘어진 고깃집들을 지나고 나면 재미있는 카피와 화려한 포스터들이 빼곡히 붙어있는 힙한 가게가 나온다. 가만히 있어도 범상치 않은데, 문 밖으로 연기까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한 번씩 뒤돌아보게 만드는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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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더 신기했다. 붉은 조명에 오색찬란한 미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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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게라기보단 타투시술점에 더 가까워보이는 물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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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게에 웬 폰케이스인가 물었더니 아는 형이 그래픽 디자인을 하는데, 서로 도와가면서 장사한다고. ONE DAY WE WILL DIE.


담배는 편의점에서만 판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마치 게임에서 보는 듯한 물약 상점 느낌? 홍대에서 자그마치 3년 간 담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홍대 매슬로우 대표, 강산님을 만나 보았다.

“잘 나와요? 괜찮아요? 눈썹 그린 것처럼 나와요?”

영상 촬영을 한다니 조금 긴장이 되는지, 연신 거울을 보며 머리를 옆으로 쓸어넘기는 그. 오른쪽 얼굴보단 왼쪽 얼굴이 나은데, 하며 멋쩍은듯 웃어보인다.

“저 사실 선크림도 잘 안 발라요. 스킨 로션만 바르고, 최근에야 바르기 시작했어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관리 안해도 매끈한 피부.

“비결이 뭔 줄 알아요?”

뭔데요?

“담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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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자 갑자기 몇 장씩이나 되는 A4용지를 주섬주섬 꺼낸다. 인터뷰 전에 받은 질문지에 대한 스크립트를 써왔다고. 질문 아래에 답변이 촘촘히 채워져 있다.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고는, 뜸을 들인 후 한 마디 한다.

“횡설수설하기 싫어서요.
다른 것들은 좀 자신있는데, 이건 좀... 약하니까.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예요.”

자연스러운 얘기가 듣고 싶다는 말에 순순히 종이를 내려놓고는, 인터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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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엄청 크게 매슬로우라고 간판에 써져 있던데. 무슨 뜻이예요?

“브랜드의 슬로건이 있는데 mabro, masis, 그리고 maslow예요. 담배라는 게, 중요한 매개체잖아요. 술처럼. “야, 담배 한 대 피우자!”하면 “좀 쉬었다 하자, 천천히 하자.” 아니면 “나 너한테 할 얘기 있어.” 너와 나의 friendship, 우정관계를 확인하고 싶어.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라는 뜻이거든요. 지금처럼 빠른 시대에, 천천히 가는. 우리 가게에 있는 담배들이 다, 천천히, 느리게, 대신 나한테 맞게. 만들어서 피우는 거거든요. 그래서 mabro, masis, mas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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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담배들. 일반 편의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천연 담배와, 직접 말아 피우는 롤링타바코가 진열되어있다. 체게바라의 초상이 그려진 담배 시선을 끈다. 체 담배를 생산하는 Landewyck사는 168년의 전통을 가진 유럽 4위의 대형 담배회사라고 한다.
전면에 체게바라 사진을 넣은 이유는 담배 혁명을 가지고 온다는 뜻이라고. 화학물이 첨가되지 않은 천연 담배라는데, 옆면에는 ‘천연, 네추럴이라는 말은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의미가 아닙니다.’고 단호하게 적혀있다. 그는 체 담배를 집어들더니 뚜껑을 열고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담배를 꽤 자주 피우시네요. 언제부터 담배 피우셨어요?

“중학교 2학년 때. 하루에 한 갑에서 한 갑 반 정도 피워요.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나, 술 마실 때나 작업에 집중할 때. 아, 그리고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 좀 많이 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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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벽면 한쪽에 채워진 메모들.

담배를 친구라고 표현하는 그. 가게 한쪽 벽면에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메모지가 한가득 붙어있다. 담배는 진리다, 담배는 개취다, 담배는 life다 등등 나름대로 내린 저마다의 정의들. 그냥 돈 벌려고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물어보지 않았을 질문. 그런 사람에게 담배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졌다.

담배의 어떤 점이 좋으세요?

“(잠깐 생각하고는)좋아하는 친구예요, 담배는. 언제든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꺼내서 입을 맞출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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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을 버티며 수많은 단골을 거느리게 된 그. 개중에는 우리가 아는 사람들도 보인다.

학교를 4.2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개인 기업까지 골고루 다니며 13년 간 디자이너로 일했다는 그.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하며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불현듯 제품은 디자인하고 있는데, 자신의 인생은 디자인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을 곱씹으며 말했다. “미생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회사 안은 전쟁터인데 밖은 지옥이다.’ 전쟁터는 경험해봤으니까, 지옥을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서 나왔죠.” 지금까지 찾아온 손님들의 흔적이 지옥을 3년 동안이나 버텨냈다는 증거로 남아있다.


담배를 좋아해도 가게 운영은 또 다른 문제일텐데, 힘든 점은 없었나요?

“홍대라는 곳은 사막이예요.
저 사람이 언제 쓰러질까? 하고서 쓰러지고 나면 까마귀들이 날아들어요.
부동산이나…
(그런 상황에서)팔 수 있는 걸 못 팔았어요.
요즘 유행인 아이X스 있잖아요. 우리도 허가증이 있어서 팔 수는 있는데,
대기업에서 자기들만의 파티에 소상공인들은 초대해주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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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포도, 베리레드 등 독특한 맛의 전자담배들.

‘파티에 초대해주지 않는다.’ 물건을 팔 자격이 있어도 물건을 주는 곳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씁쓸하게 웃는 표정을 보니 그가 버틴 3년이 더 대단해보였다.

“대기업에서 전자담배도 판매한 적이 있어요. 근데 잘 안 팔렸어요.
왜냐하면 디테일한 설명이라든지, 다양한 액상의 맛 같은 것들을 판매처(편의점 아르바이트생)가 전문적으로 알지 못하다보니까. 그걸(전자담배) 놓치는 바람에 아이코스로는 자기들만의 파티를 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초대를 안 해주는 거죠. “

와, 그런 일이.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아이X스 비슷한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 중이예요.
이전부터 내가 해야겠다, 해야겠다 하는데 마침 중국에서 안 좋은 디자인으로 제품을 출시한 거예요. (디자인을 해서)짠! 보여줬는데 투자합시다!해서 투자를 받아서 제 제품이 나오는 중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재능기부를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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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디자인하는 모습.

대기업에서 물건을 안 주니까 직접 만들기라도 해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중국에서 비슷한 제품을 팔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거 누가 디자인 했어요?” “중국.” “아, 그래? 내가 새로 해 줄게요.” 해서 중국에 있는 회사와 협업을 하게 됐다고. 자신이 리디자인하기 전 패키지를 이리저리 보여주며 이제 곧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이 나올 거라고 뿌듯해하는 모습이 꽤나 즐거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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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붙어있는 포스터.

(해외에 컨택해서 재능기부까지 할 정도라니)담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포스터가 많이 붙어있는데, 이벤트 자주 하시나봐요. 지금 하는 것도 있나요?

“혼자 가게를 운영하다보니까 크게는 못 하고요. 작은 이벤트들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다음 달(3월)에하려고 기획중인 이벤트가 있는데요. 담배꽁초를 주워오는 것을 SNS에 찍어서 #담배꽁초줍기운동 해시태그를 달고 담배꽁초를 주워오시면 새 담배를 만들 수 있는 재료로 바꿔드리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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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를 갖고 오면 바꿔주는 것들

아니, 쓰레기를 갖고 오면 새 제품을 준다니. 이 사람 방금 대기업의 횡포에 내몰려 지옥을 맛 본 사람 아닌가. 본인 먹고 살기도 힘들텐데 자원봉사라니.

어쩌다 기획하시게 된 거예요?

“서울시에서 홍대를 관광 스팟으로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걷고 싶은 거리를 공원화한다든지, 버스킹 공연 자리를 마련한다든지. 사람이 굉장히 많이 몰리긴 해요. 그런데 안 좋은 건, 그렇게 사람이 몰리면 가게세가 오르거든요. 당연히 판매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고요. 해외 관광을 가게 되면 관광지에 있는 가게가 그 나라의 이미지메이킹 장소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홍대에서 바가지썼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안 좋은 모습이 연상되겠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홍대를 관광지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나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독도에 관한 영상을 봤어요. 일본과 한국을 모두 여행한 경험자를 인터뷰 한 건데요.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었으면 좋겠습니까?라고 질문을 했더니 그 외국인들이 모두 다 “일본이요.”라고 했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걸 보고 ‘아, 저게 아직 세계지도에서 독도가 일본령으로 표기되어서 그런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여행자들은 한국에 왔을 때 마구 버린 쓰레기들, 담배 꽁초, 이런 것들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인 독도를 거리가 깨끗한 일본에서 관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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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제로 이게 진짜일까? 싶어서 요 앞 골목에 사람들이 매일 쓰레기 버리는 곳이 있어요. 커피 먹던 것 하며, 담배꽁초까지… 거기다가 (인터뷰 영상을)캡쳐해서 전봇대에 붙였어요. “독도는 일본 땅입니다.”라고. 그리고 영상 내용들을 풀어서 적어놨죠. 그랬더니 진짜 신기하게, 쓰레기가 없어지더라고요. 대박.”

진짜 대박. 그게 실제로 먹혔다고요?

“(종이가)붙어있을 때까진 쓰레기가 없었는데요.
우리 주인집 아저씨가 내용은 안 보고 카피만 보고
“뭐, 독도가 일본땅이라고?”하시면서 떼어버리시니까 쓰레기가 다시 생기더라고요. 그런 것 보면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기분이 어땠어요?

“되게 아쉬워요.
캠핑, 낚시 같은 게 취미인데. 자연을 훼손시키는 게 사람인 건 맞거든요.
그래서 그런 운동을 계속 하고 싶어요. 홍대가 진정한 좋은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일이더라고요.
배달의 민족 카피였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짜면 양잿물도 마시는 민족 아닙니까. 쓰레기를 새로운 것으로 바꿔줬을 때 효과도 있을 것 같고, 길거리도 많이 깨끗해질 것 같고요.
작은 시도죠. 사람들이 안 알아주더라도.

이제 슬슬 마지막 질문인데요. 대표님은 사람들이 담배 많이 피웠으면 좋겠어요?

“아뇨.
담배는 애증의 관계일 거예요, 모두.
저도 끊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근데 왜 못 끊냐면, 아직까지는 친구니까. 친구를 버릴 순 없어요.”

그렇게 좋은데 왜 안 피웠으면 좋겠어요?

“건강해야죠, 백세 시대잖아요. 이미 담배로 얻는 질병들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적어도 아직 안 피우는 사람들한테는)피우지 말라고 하는 거죠.”

담배 피우는 사람이 줄어들면 여기 손님도 줄어들텐데, 괜찮아요?

“그땐 아이템을 바꿔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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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의외였다. 장난으로라도 많이 피웠으면 좋겠다고 답할 줄 알았는데. 그는 흡연자, 그 중에서도 하루에 한 갑 반씩 피우는 꼴초. 굉장한 애연가이지만 자신과는 다른,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저버린 적이 없다. 꽁초를 가져다 주는 사람에게 손해를 보더라도 새 제품을 내어준다는 것이나,
담배를 팔면서도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안 피웠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나, 손님이 줄면 기꺼이 아이템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