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게임 ] 우리 모두에겐 필터가 필요해

황선정 · 229일전

게임하러가기 >> 모바일 환경에서는 가로화면으로 플레이해주세요!


흡연자와 비흡연자, 어디로 가야할까

성은씨와 도환씨가 강남역에서 발견한,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안내 팻말 하나 없는 흡연구역, 금연구역 팻말이 붙어있는 흡연구역, 아무런 안내 없이 재떨이만 놓여진 흡연구역. 이 모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식으로 지정된 곳도, 그렇다고 마음 놓고 피울 수 있는 곳도 아닌 ‘모호한’ 흡연구역이다. 이때문에 흡연자는 담배 피울 장소를 찾기가 어렵다고 불평하고, 비흡연자는 간접흡연을 피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img1
서울시 공식 금,흡연구역 개수 비교 출처: 한국경제 뉴스래빗 '서울흡연맵'

서울시내 금연구역은 18,845곳인 것에 반해 흡연 시설이 설치된 곳을 포함한 흡연구역은 79곳에 불과하다. 금연구역과 관련하여 최상위 법인 국민건강증진법은 금연구역 내 흡연실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및 각 구청은 금연구역만큼 흡연구역을 지정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담당자에게 금/흡연구역 수가 과도하게 차이나는 배경을 묻자 “금연구역 외에는 전부 흡연할수 있다.”고 말했다. 즉, 비흡연자는 금연구역이 아닌 모든 곳에서 간접흡연 노출 위험을 겪어야 하고, 흡연자는 모호한 구역 지정 탓에 눈치를 보며 피울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금연구역도 흡연구역도 아닌 장소가 회색지대로서 문제가 되고 있다.


미흡한 가이드라인과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한국의 흡연구역

국민건강증진법을 들여다보면, 금연 및 금연구역과 관련한 항목은 많은데 흡연구역에 대한 항목은 9조 4항이 전부다. 지정하는 것 역시 시설 소유자 및 관리자의 재량에 맡긴다. 시행 규칙을 봐도 ‘시설의 출입구로부터 10미터 이상의 거리에 설치하여야 한다.’외 위치에 관한 항목은 없다. 김민주(가명/32)씨는 “회사 후문과 부스 출입구가 너무 가까워 담배연기를 맡을수밖에 없었다.”며 출퇴근길마다 곤욕을 치른 사례를 밝혔다.

img2

반면 싱가포르의 흡연구역 지정 가이드라인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상세하다. 출입구로부터 10m 이상의 거리를 두는 것은 물론, 주 도로로부터 5m 떨어져있을 것, 그렇지 못할 경우 반드시 보행자를 배려하여 대안 도보를 만들 것, 흡연구역을 확실히 표기할 것, 심지어 흡연구역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정표를 설치하라는 항목도 있다.

img3

일본의 흡연부스

일본은 분연 정책을 택했다. 이는 비흡연자의 혐연권과 흡연자의 흡연권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해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도보 5분 거리마다 흡연 부스를 설치하고, 구역 밖에서 흡연할 경우 높은 과태료를 부과한다. 일본처럼 흡연 구역을 늘리는 것은 흡연 문화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반박도 제기되었지만, 한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39.4%)이 일본 성인 남성 흡연율(28.2%)보다 높다.


흡연자보다 비흡연자가 흡연할 장소를 원하는 사회

img4

서울 을지로의 흡연부스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흡연구역이 모호하게 지정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흡연부스 등의 시설을 설치해둔 곳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내 흡연부스가 설치된 곳은 43곳에 불과하다. 사용 인구 수에 비해 개수가 적은데다 크기도 작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밖에 나와서 피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만 19세 이상 남녀 210명을 대상으로 자체설문조사 결과, 흡연자들은 열악한 흡연 환경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김예지(가명/21)씨는 "환기가 안 되고, 사람들이 성냥갑처럼 들어가있다.”, 신철수(가명/27)씨는 "닭장 같다. 그것도 폐사 직전의 닭장.”이라 말했다.

img5

비흡연자가 더 원하는 흡연부스 설치 출처: 리얼미터

모호한 금/흡연구역 간의 경계, 지정된 흡연구역의 미흡한 관리로 인해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길거리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흡연자77.0%, 비흡연자 80.6%로 비흡연자가 더 높은 찬성율을 보였다. 이런 현상에 덧붙여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최비오 정책부장은 “흡연권을 최소한 보장해주고 비흡연자분들도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는 흡연실이 반드시 설치돼야 합니다.”라고 말했다.